『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는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명성, 성공, 그리고 대중성의 구조를 사회심리학적 실험과 문화현상을 통해 분석한 책이다. 이 글은 영화·예술·경영·마케팅 등의 사례를 엮어낸 이 책의 핵심 논지를 요약하며, '왜 어떤 사람은 유명해지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라는 질문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명성의 작동 원리: 정보 폭포, 평판 폭포, 마태 효과
『페이머스』의 핵심 논지는 ‘명성’이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다양한 심리적·집단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 있다. 책의 초반부에서 선스타인은 ‘정보 폭포(informational cascade)’와 ‘평판 폭포(reputational cascade)’ 개념을 설명하며,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보다 타인의 의견이나 선택을 따라 결정하는 경향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판단 오류가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기인한 것이다. 독서클럽에서 특정 책을 선정하는 과정을 예로 들면, 한 명의 적극적인 주장(존)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무의식적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그 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동의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합의’는 실질적 정보가 아닌 ‘타인의 선택’에 기초해 축적되며, 결국 집단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마치 폭포가 상류에서 하류로 거세게 쏟아지듯 정보도 그렇게 흐른다.‘평판 폭포’는 조금 더 사회적인 맥락에서 설명된다. 스타워즈나 바비 같은 영화의 대성공 사례에서 드러나듯, 사람들은 단지 작품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 속하고 싶어서’ 호평을 던진다. 이는 단순한 영화 평가를 넘어 집단 정체성과 연결되는 정서적 반응이다. 타인의 평가에 동조함으로써 소속감을 획득하려는 인간 본성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태복음의 “있는 자는 더 받을 것이요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마저 빼앗기리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마태 효과’로도 이어진다. 이미 유명한 사람이 더욱 유명해지는 구조, 즉 초기의 작은 명성이 누적되어 압도적인 명성으로 이어지는 승자독식 구조가 사회 전반에서 반복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명성은 객관적인 능력보다 ‘시작점의 유리함’과 ‘사회적 반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험으로 본 명성의 구조: 뮤직랩과 통계적 분포의 차이
『페이머스』의 중반부에는 실험적 접근이 강조된다. 대표적인 예로 ‘뮤직랩(MusicLab)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는 무명 밴드의 48곡을 청취자들에게 들려주고 자유롭게 다운로드하게 하는데, 한 그룹은 다운로드 순위를 알 수 없게 하고, 다른 그룹은 실시간 다운로드 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흥미로운 것은 후자의 그룹에서 인기 있는 노래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초기 다운로드가 많이 된 곡은 점점 더 많이 선택되는 ‘자기강화적 인기 곡선’을 그린 것이다.이 실험은 ‘좋은 콘텐츠가 성공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동일한 콘텐츠라도 타인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학에서 말하는 정규분포와 멱법칙 분포의 차이로 설명된다. 정규분포는 대부분의 사례가 평균값 근처에 몰려 있는 경우를 말하지만, 멱법칙 분포는 소수의 성공이 전체 분포를 왜곡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는 구조를 말한다. 문화예술, 스타 시스템, 콘텐츠 성공 사례들은 대부분 멱법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대다수의 책, 영화, 노래는 잊히지만 소수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이 성공은 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운, 타이밍,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사회적 반응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선스타인은 이런 구조를 통해 ‘실력주의의 허상’을 비판하고, 우리가 얼마나 환경적·집단적 맥락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통계와 실험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그는 예시로 자주 언급되는 성공 법칙 서적들을 비판한다. 예컨대 ‘초우량 기업의 조건’처럼 성공한 기업들만을 분석하여 도출된 ‘성공 공식’은, 동일한 조건을 갖고도 실패한 사례들을 배제하기에 통계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는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의 전형적인 사례이며, ‘성공 공식’의 신화를 만들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이러한 비판적 시선은 『페이머스』의 가장 학문적이고 설득력 있는 지점 중 하나다.
사례로 본 명성과 운의 관계: 스탠리와 스타워즈
책의 후반부에서는 구체적 사례 분석이 이어진다. 먼저 마블의 창업자이자 캐릭터 창조자인 스탠리의 사례가 인상 깊다. 그는 오랜 기간 회사의 신부름꾼에서 시작해 ‘판타스틱 4’,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혁신적인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선스타인은 그 성공이 단지 ‘창의적 캐릭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탠리는 독자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했고, 자신을 캐릭터로 등장시키며 유쾌한 유대감을 만들었으며,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마블만의 세계관을 확립했다. 독자들이 마블이라는 네트워크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광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만드는 ‘집단양극화’ 전략은 선스타인이 앞서 언급한 사회적 정보의 흐름, 평판 폭포, 네트워크 효과 등을 모두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스타워즈의 사례도 흥미롭다. 조지 루카스조차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던 이 영화는 30개 남짓한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팬 커뮤니티의 확대, 미디어의 집중 보도, 사람들의 ‘소속되고 싶은 욕망’ 등이 결합되면서 영화는 신화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철저히 사회적이다. 개인의 판단보다 집단의 기대가 앞서고, 그 기대가 네트워크와 평판의 폭포처럼 퍼져나가며 명성이 형성된다. 선스타인은 이 과정을 ‘명성의 사회적 구축’이라 부른다. 그는 명성이 재능과 노력만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는 기존의 ‘개인 영웅주의’ 담론에 대한 유효한 반박이자, 사회적 맥락의 힘을 인정하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우연과 사회적 조건이 만든 ‘페이머스’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는 한 사람이나 한 작품이 유명해지는 과정이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의 틀로 풀어낸다. 선스타인은 명성이 개인의 역량만으로 결정된다는 기존 담론을 비판하며, 그 이면에 작동하는 집단 심리와 사회적 동학, 운의 요소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어쩌면 세상은 진짜 테일러 스위프트, 진짜 비틀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책은, 유명하지 않은 위대한 존재들에 대한 조용한 찬가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