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인구 감소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단순한 출생률 저하를 넘어선 이 거대한 흐름은 노동력의 급감, 산업 기반의 흔들림, 사회 시스템의 재조정이라는 파도를 몰고 온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마주하기 어려운 이 현실에 대해, 경제학자 이철의 교수는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라는 책을 통해 단호한 메시지를 던진다. "아직 정해진 미래는 없다.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글에서는 이철의 교수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노동 위기를 진단하고,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본론 1: 대한민국 인구위기의 본질 - 단순한 감소가 아닌 급격한 전환
우리는 흔히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문제는 그보다 더 깊고 넓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저자는 대한민국의 인구 변화가 단지 출산율 저하에 그치지 않고, "속도"와 "규모"의 문제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3,674만 명에 이르는 생산 가능 인구가 50년 후 1,658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의 축소가 아니라, 노동 기반의 붕괴를 뜻한다. 이는 단순히 일할 사람이 적어지는 것을 넘어, 의료, 군사, 교육, 복지, 산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기다. 또한 이 위기는 점진적이지 않다. 6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구가 3분의 1 가까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러한 급변은 사회 각 분야의 제도와 관행이 현실과 어긋나는 불균형을 초래하며,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군 복무 인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가 AI와 첨단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 적응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구성의 변화, 특히 고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노동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불균형을 낳는다. 젊은 인력이 필요한 업종(보건, 음식, 기술, 스포츠 등)은 공급 부족을 겪고, 반면 고령 인력이 몰리는 분야(농업, 운송, 부동산 등)에서는 구조적 비효율이 심화된다. 이처럼 단순히 일할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인력 간의 부조화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다.
본론 2: 노동력의 대체 가능성과 고령사회로의 전환 전략
책에서 이철의 교수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과 전략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여성과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여성 노동 참여율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육아, 경력 단절, 성별 임금격차 등의 구조적 문제가 여성의 잠재 생산력을 저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육지원 정책, 일과 생활의 균형 확대, 비정규직 해소 노력 등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점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자 역시 중요한 노동력 자원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고령 인구는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 상태도 비교적 양호하여 노동시장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특히 고령 친화적인 일자리(예: 컨설팅, 전문 교육, 관리직 등)가 증가하면서 고령자 고용은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 유럽 등의 사례를 보면 고령자 고용이 사회 전반의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전략은 외국인력의 합리적 도입이다. 제조업, 농업, 돌봄 노동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서는 이미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철의 교수는 외국인력 도입이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화적 적응력, 숙련도, 정책 일관성의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수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회에 통합되고 노동시장에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술 혁신과 자동화다. 로봇,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은 인구 감소 시대에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다.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기술의 발전은 비용 효율성과 품질 향상 측면에서 이미 많은 산업 분야에서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술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형태, 예를 들어 인공지능 보조 하에 고령 인력이 일하는 '하이브리드 노동 구조'가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본론 3: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미래 - 정책과 사회의 방향성
이철의 교수는 인구 감소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의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단기적 해법을 넘어서서, 사회 전반이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방향성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노동시장 정책은 단순한 고용률 제고가 아니라, 생산성과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저출생 대책과 인구 변화 대응책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출산 장려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출생률 반등이 장기적인 노력 없이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미 현실화된 인구 구조 변화에 더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은 필요하나, 그것이 교육 질 저하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사회적 타협과 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고학력 고령자의 증가에 따른 교육 정책, 재교육 시스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2072년에는 대졸 고령자가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이들이 새로운 노동 환경에서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연금 확대가 아니라, 능동적 고령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교육-고용 연계 정책이 필요하다. 이 책은 단순히 위기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독자에게 단순한 경고가 아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결론: 노동 없는 사회를 피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우리 사회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인구 변화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명한 경고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동시에 희망의 책이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바로 지금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노동력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국가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더 포용적이며, 더 지혜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의 기회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