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아닌 몸으로 다스리는 법, 『내면소통』 깊이 읽기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 감정과 생각, 뇌과학, 명상을 아우르는 내면 훈련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두껍고 방대한 분량에 압도될 수 있으나, 이 책은 '왜 나는 늘 작심삼일일까', '왜 감정에 휘둘릴까'에 대한 명확한 뇌과학적 해석과 함께, 실제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천법까지 안내한다. 존재 모드와 행위 모드의 균형, 감정 조절은 몸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을 통해, 독자 각자가 내면의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면소통



감정은 생각으로 조절되지 않는다: 몸과 뇌, 그리고 감정의 진실

『내면소통』의 핵심 중 하나는 “감정은 생각으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삶의 많은 실패를 설명해주는 핵심 명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마음먹기에 따라 감정도 통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는 화내지 말아야지’, ‘두렵지 않게 살아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 결심을 비웃듯 감정의 파도가 먼저 몰려온다. 김주환 교수는 이를 “감정은 몸에서 출발한다”는 뇌과학적 근거를 통해 설명한다. 두려움, 분노, 짜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대개 외부 자극보다는 내부 신호, 즉 심장 박동이나 장기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뇌는 이 변화들을 해석하며 감정을 생성한다. 특히 편도체는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알람 시스템으로서, ‘이 상황은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 자동으로 활성화되어 전전두엽의 고차원적인 사고와 자기조절 기능을 차단한다. 이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적이고 방어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감정은 이러한 뇌의 반응과 자율신경계의 신체 변화가 선행되고 나서야 인식된다. 따라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김 교수의 주장에는 깊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실제로 그는 스쿼트, 걷기, 호흡 조절 등을 통한 자율신경계 조절을 강조하며, 이것이 감정의 흐름을 바꾸는 첫 번째 단계임을 반복해서 설명한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이 강조해온 '의식의 전환'이나 '긍정적인 마인드셋'과는 다른 실질적 실천법을 제시한다. 책의 8~10장은 바로 이 ‘감정조절의 기술’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불안장애나 공황장애와 같은 현대인의 흔한 멘탈 이슈에 있어 감정의 근원을 몸에서 찾고 조절하는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치유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가 아니다: 내면의 공동체와 자아 분화


김주환 교수는 “나는 하나의 마음을 지닌 실체가 아니라, 여러 마음들이 모여 경쟁하는 공동체”라고 말한다. 이른바 ‘소사이어티 오브 마인드(Society of Mind)’ 이론이다. 이는 인간의 자아가 단일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내면의 목소리가 주도권을 갖는다는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안에는 경험하는 자아, 기억하는 자아, 판단하는 자아, 감정에 휘둘리는 자아 등이 공존하며, 이들은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협업하며 나라는 존재를 구성한다. 이러한 내면 공동체 개념은 자기탐색과 명상, 그리고 심리적 성숙의 과정에 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불안정하거나, 스스로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면에서 ‘주도권을 쥔 자아’가 이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떠오를 때는 ‘기억하는 자아’가, 새로운 도전에 마주할 때는 ‘두려움을 느끼는 자아’가 앞에 서게 된다. 이러한 내부 구조를 이해하고, 각각의 자아가 언제,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알아차리는 훈련이 ‘내면소통’의 핵심이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자아 분화 개념을 통해 독자에게 실질적인 자아 관찰 훈련법을 제안한다. 그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인식 주체로서의 셀프’ 개념이다. 예컨대 “이 컵은 내 컵이다”라고 인식하는 존재, 즉 ‘알아차리는 나’는 고정되어 있으며, 어떤 감정이나 생각, 경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본질적 자아이다. 이 자아에 집중하고 연결될 수 있을 때, 우리는 외부의 사건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분리와 관찰의 연습은 ‘객관 명상’이라는 구체적 방법을 통해 제시되며, 존재하는 것 자체에 머무르는 ‘I am’의 상태가 강화될 때 비로소 ‘I do’, 즉 실천이 가능한 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자아의 정체성과 경험이 뒤섞여 혼란을 겪는 현대인에게, 내면의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이론은 매우 유의미한 자가진단 도구가 된다.


마음 근력 훈련: 생각, 관계, 실행을 가능케 하는 세 가지 축


『내면소통』은 단순한 감정 조절이나 명상 안내서가 아니다. 김주환 교수는 ‘마음 근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인간의 내면 역량을 세 가지로 나눈다.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이 그것이다. 이는 뇌과학과 심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실제적 삶의 역량이며, 이 세 가지가 고루 강화될 때 비로소 인간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삶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축인 자기조절력은 집중력, 감정 통제력, 끈기, 충동 억제 등으로 구성된다. 시험에 집중하거나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힘, 화가 나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절제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모두 전전두엽의 전측 영역, 특히 MPFC(내측 전전두피질)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 부위의 활성화는 명상과 호흡, 그리고 일정한 루틴 형성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력이다.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는 감정 인식 능력, 공감 능력, 소통 능력, 협업 능력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아는지,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타인을 얼마나 정확하게 해석하는지에 달려 있다. 자기 감정 인식 없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왜곡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 조절과 관계 형성은 하나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자기동기력은 문제 해결력, 예측력, 의사결정력, 창의성으로 구성된다. 이는 어떠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파악하고, 적절히 자원을 배분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고차원적 능력은 단지 지식이나 지능으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앞서 말한 자기조절력과 대인관계력이라는 기반이 안정될 때 비로소 발휘된다. 이 세 가지 마음 근력은 단순히 ‘성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내면소통』은 이를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뇌 신경망과 행동 실천을 통해 설명하고 있으며, 누구나 훈련 가능하다는 희망도 함께 전하고 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다, 존재가 행위를 이끈다


『내면소통』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정직한 안내서이다. 감정은 생각으로 통제되지 않으며, 내면의 회복은 몸과 뇌의 협업을 통해 가능하다는 통찰은,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빠뜨린 본질을 짚는다. 김주환 교수는 존재와 행위, 감정과 이성, 자아와 관찰자라는 깊은 질문을 한 권의 책에 녹여냈으며, 그 방대한 양만큼이나 삶에 남기는 울림도 크다. 감정을 다스리고 내면을 단련하고 싶은가? 그 시작은 이 책을 펼치는 것, 그리고 걷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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