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가장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킨 김영하의 에세이


서론: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의 무게를 견디는 시간 


우리는 모두 인생을 단 한 번만 삽니다. 그 단순한 진실이 얼마나 불편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지는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불편함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이 일회용 인생,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김영하 작가의 신간 『단 한 번의 삶』은 소설가의 날카로운 통찰과 에세이스트의 따뜻한 시선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에게 자신만의 ‘삶의 태도’를 되묻게 합니다.



단한번의 삶



본문 1: 일회용 인생이란 말의 의미를 마주하다


『단 한 번의 삶』에서 김영하 작가는 삶의 ‘일회성’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소설이나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여러 번 삶을 반복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다릅니다.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고, 다시 살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불공평하게 주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옵니다. 작가는 이러한 인생의 조건이 주는 불쾌를 ‘종교’, ‘신화’,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해소해 왔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종교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인간의 불안을 잠재우고, 소설은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삶을 체험하게 해주며, 게임은 죽음 이후에도 ‘재도전’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결국,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그 단 하나의 삶이 공평하지 않게 주어졌다는 깨달음은 어쩌면 모든 현대인의 내면을 관통하는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본문 2: 요가, 고통, 그리고 사바사나—죽음을 연습하는 시간


작가는 일상 속 신체 활동인 ‘요가’를 통해 고통과 죽음을 은유적으로 탐색합니다. 요가 수업에서 힘든 자세를 견디다 마침내 누워서 쉬는 사바사나(송장 자세)에 이르면, 우리는 잠시 ‘죽음’을 흉내 내며 쉬어갑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깊은 휴식과 평온을 제공합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요가는 신체 운동이라기보다 마음과 생각의 연습에 가깝다.” 김영하 작가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려는 자세를 요가에서 배우고, 그것을 통해 인생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웁니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익숙해질 수는 있다.” 이 문장은 요가 수련을 넘어, 인생 자체를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로까지 확장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살아가지만, 누구나 고통과 마주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깊이는 전혀 달라집니다.



본문 3: 고통 없는 이야기는 진짜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는 철학자 한병철의 『고통 없는 사회』를 인용하며, 현대 사회가 고통을 어떻게 외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성찰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고통을 불쾌한 ‘스캔들’로 여기며 빠르게 지워버리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할수록 고통은 더 거세게 우리 삶에 침투합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점점 더 무결하고 무적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우리는 고통 없는 이야기에 중독되어 갑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고통 속에서 탄생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모든 진실은 고통스럽고, 고통은 결속이며 자아의 윤곽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고통이 빠진 이야기는 결국 공허한 위로일 뿐이며, 우리가 그것을 반복해서 소비하면 할수록 우리 삶은 더욱 빈약해지고 만다는 겁니다. 이 책은 그렇게 ‘고통의 의미’를 복원하고, 우리가 외면해 온 감정들과 조용히 대면하게 만듭니다.



결론: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잠시 멈추어야 할 때


『단 한 번의 삶』은 우리가 종종 지나쳐 온 인생의 단면들, 어쩌면 너무 익숙해져서 무뎌진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말합니다. 삶은 늘 불안정하고 불완전하지만, 그 안에서도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한 동행이 되어 줍니다. 김영하 작가의 문체는 담담하고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고통을 직면하라는 그의 말은 가벼운 조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유하고 체험한 결과로서의 ‘삶의 언어’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어느새 작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듯,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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