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질문을 찾아라.” 유선경 작가의 『질문의 격』은 질문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왜 우리는 더 나은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문해력과 언해력,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올바른 질문법’과 ‘생각이 확장되는 질문 기술’을 통해, 자기 주도적인 삶의 출발점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글에서는 질문의 힘, 질문을 잘 만드는 법, 그리고 AI 시대에 걸맞은 질문법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질문이 삶의 방향을 바꾼다: 질문의 본질과 필요성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질문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배우는 문화 속에서 자랐다. 학교에서는 정답을 빨리 찾는 것이 미덕이고, 질문은 주어진 답에 대한 반문으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유선경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면 올바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문장이 아니다. 이 문장은 우리가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본질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생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질문이 없다면 생각은 움직이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겸손함을 넘어 자기 인식의 출발이며, 그로 인해 그는 수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질문이 생각을 일으키고, 생각은 개념을 낳고, 개념은 행위를 이끌고, 행위는 인생을 만든다. 따라서 질문의 격이 삶의 격을 결정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질문은 단지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유선경 작가는 질문을 통해 얻게 되는 5가지 효능을 언급한다. 첫째, 자기 인식. 둘째, 사고력 증진. 셋째, 창의성 강화. 넷째, 언어 사용 능력 향상. 다섯째, 관계의 깊이를 더하는 소통력이다. 특히 문해력과 언해력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따라 깊이 달라진다. 언해력은 질문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단어를 아는 것과는 다르며, 단어가 놓인 문맥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질문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무사유’를 지적한다. 생각하지 않으니 질문할 수 없고, 질문하지 않으니 사고는 멈춘다. 이는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사유의 중단’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43만 명 이상을 학살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질문을 멈췄기 때문이다. 결국, 다르게 살고 싶다면 다르게 질문해야 한다. 질문은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고, 생각의 지평을 넓히며, 자기 삶을 주도하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
좋은 질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질문의 기술과 문법
좋은 질문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일정한 ‘구조’와 ‘기술’ 속에서 탄생한다. 유선경 작가는 효과적인 질문을 만드는 6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누구나 사고력과 문해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어린이의 호기심을 차용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왜?”, “어떻게?”, “무엇이?”를 끊임없이 묻는다. 이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의문은 지식의 씨앗이 된다. 질문을 단순화하고 원초적인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때로는 지혜로운 방식이 된다. 두 번째는 '의문사를 사용한 질문 만들기'다. 단순한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왜’ 등으로 시작하는 질문은 더 깊은 사고를 유도한다. 특히 의문사 ‘무엇’은 질문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AI는 사람보다 똑똑할까?”보다는 “AI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방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세 번째는 ‘맥락 파악하기’다. 아무리 정교한 질문이라도 문맥을 읽지 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나아가기 쉽다. 따라서 질문 이전에 충분한 배경지식, 논점 이해, 텍스트의 전후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네 번째는 ‘핵심 어휘 정립’이다. 질문에 사용되는 핵심 단어들이 명확해야 논의가 분명해진다. “성공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성공’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를 질문자와 답변자가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 확인해야 논의가 가능하다. 다섯 번째는 ‘질문의 의도 명확히 하기’다. 어떤 답을 원하는지, 왜 이 질문을 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질문도 명확해진다. 질문의 목적이 단순 정보 습득인지, 관점 확장인지, 비판적 사고 유도인지에 따라 문장은 달라진다. 여섯 번째는 ‘범주를 좁히고 구체화하기’다. 너무 큰 질문은 대답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보다는 “나는 매일 출근이 괴로운데,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처럼 구체화된 질문이 더 생산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질문 기술들은 단지 개인의 내면 탐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AI 시대, 프롬프트(prompt) 작성이라는 새로운 문해력 훈련의 장에서도 유효하다. ChatGPT를 포함한 생성형 AI와의 대화는 결국 질문의 정확도에 달려 있다. 질문을 잘하면 AI도 더 정교한 답을 내놓는다. 이 시대에 필요한 문해력은 ‘질문하는 문해력’이다.
질문은 세상을 바꾼다: 역사와 시대를 움직인 질문들
한 문장이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질문은 현실을 전복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유선경 작가는 여러 패러다임을 바꾼 질문들을 사례로 제시하며, 그 질문의 무게와 가능성을 강조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질문이다. 그는 "왜 사과는 아래로 떨어지는가?"가 아니라 “모든 물체는 같은 속도로 떨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뉴턴의 중력 법칙이라는 전환을 이끌었다. 이처럼 질문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도전하며 새로운 지식을 가능하게 한다. 또 다른 예는 피터 드러커의 질문법이다. 그는 조직을 진단할 때 “이 조직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조직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졌다. 그로 인해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효율 중심에서 목적 중심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 “어떻게 하면 교육은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와 같은 실천적 질문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켰다. AI 시대에도 질문은 더욱 중요해졌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정보를 가공하고 제공하는 시대에 인간의 사고력은 ‘질문하는 능력’에서 판가름 난다. AI는 대답을 줄 수는 있지만, 질문은 스스로 하지 못한다. 즉, 인간은 질문을 통해 AI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질문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마지막 능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질문은 지식을 얻는 수단을 넘어, 사고와 창의, 그리고 혁신의 문을 여는 열쇠다. 질문을 달리하면 세상이 달라진다. 질문을 다르게 하는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생각을 움직이는 힘,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질문’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유선경 작가의 『질문의 격』은 질문이 어떻게 삶의 방식과 사고의 틀을 바꿀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좋은 질문은 좋은 삶으로 이어진다. 사고력, 문해력, 언해력, 창의력—all are born from a single, well-formed question. 이제는 질문할 차례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더 나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의 품격이 곧 삶의 품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