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수많은 책이 있지만, 어떤 책은 마치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처럼 다가온다. 언젠가 나도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아니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느끼게 하는 그런 책.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바로 그런 종류의 책이었다. 특별한 수사가 없는데도 울림이 있다. 평범한 단어들인데,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이유는 단 하나, 이 책이 말하는 "어른의 행복"은 우리가 살아가며 늘 부딪히고 고민하던 그 감정의 조각들이기 때문이다.
1. 서툰 어른들을 위한 조용한 안내서
태수 작가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정제된 언어보다는 진심이,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의 단면들이 중심이 되는 책이다. 화려한 드라마나 성공의 기록은 없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공감과 울림을 준다. 이 책은 마치 “괜찮아, 그렇게 살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30~50대의 어른들에게 이 책은 조용한 구급상자와 같다. 응급처치는 되지 않지만, 지치고 멍든 마음을 천천히 감싸주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선을 긋는다. "삶에 지치면 평범함도 꿈이 된다"는 문장. 이 말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건드린다. 더 이상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 어른들, 대신 ‘평범한 하루’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문장은 위로이자 현실이다. 작가는 어릴 적엔 그렇게 말랑하고 반짝이던 꿈들이 지금은 ‘그냥 남들처럼 사는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에는 자책이 아니라 담담함이 있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으니까. 이 책은 주인공이 없다. 드라마틱한 전환도 없다. 대신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완벽주의자들, 그리고 평균이라는 단어에 짓눌려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잘 해내려고 노력해왔는지, 그래서 오히려 더 주저하고 멈칫하게 되었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2. 평범이라는 거대한 목표와 싸우는 우리에게
우리는 흔히 ‘평범한 삶’을 말할 때, 그것이 마치 쉬운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평범함도 꿈이 된다”고. 현실은 그렇다.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악착같이 달린다. 남들처럼 살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세상. 그 안에서 ‘조용한 행복’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특별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무겁게 짓누르지도 않으면서 풀어간다. 작가는 ‘평범함’을 목표로 삼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픈 일인지를 풀어낸다. 오늘은 갈비찜을 배달해 먹을 수 있는 날처럼 느껴지는 평범함이, 다른 날엔 해외여행 가는 가족처럼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진폭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무탈하게 보내고 싶다’고 바라게 된다. 이 책은 어른의 현실을 대변하는 동시에, 과장되지 않게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행복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떤 날보다 더 따뜻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태수 작가는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 문장에서 우리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무게를 느끼게 된다.
3. 완벽주의자에게 보내는 작은 조언
이 책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는 부분 중 하나는 ‘완벽주의자’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 잘하고 싶어지면, 반대로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게 된다”는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한걸음도 떼기 전부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자기발목을 잡아왔던 이들이라면, 이 구절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책은 이런 심리에 ‘은둔형 완벽주의’라는 이름을 붙인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실패할 가능성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눈앞에 가장 만만한 목표 하나부터 잡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 앞에 가는 것처럼, 실패조차 불가능한 목표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의 반복 속에서 결국 우리는 끝을 맺는다.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멈추지 못하는 우리의 성향이 오히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는 사실. 이 얼마나 따뜻한 격려인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는 ‘도전’보다는 ‘지속’이 중요한 사람들이고, 거대한 변화보다는 작은 루틴이 삶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우린 할 수 있는 일들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사람들이다"라고. 그 말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가장 현실적인 격려일지도 모른다.
결론: 어른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을 권합니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책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삶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소소한 무탈함을 바라는 여정이라는 것.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극적으로 바꿔주진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내 인생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게 할 수는 있다. 그 ‘뜻밖의 진실’을 품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른의 진짜 행복 아닐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조금 지쳤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 무사히 넘긴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한 사람의 글을 통해 당신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기를. 삶에 지쳐 특별한 날보다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더 좋아하게 된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