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다윈 진화론의 과제: 유전자의 눈으로 진화를 보다

서론 다윈에서 도킨스로: 진화의 퍼즐을 잇다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인류에게 한 가지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이 책은 생물 진화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시도한 첫 시도였고, 그 자체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는 설명되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었다. 왜 동물은 때때로 자신의 생존에 반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가? 중간 단계 화석이 드물다는 사실은 진화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이처럼 다윈의 이론은 생명의 다양성과 진화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였지만, 몇 가지 미해결 문제를 남겼다. 이러한 과제를 100여 년 후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다시 들여다봤다. 그는 혁명적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진화의 주체는 종도, 개체도 아닌, 바로 유전자라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


본문 1 왜 동물은 이타적인가? 다윈 진화론의 미완성

다윈은 생존 경쟁과 자연선택의 원리로 생물의 진화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원리에 어긋나는 동물 행동들이 자주 관찰된다. 물소가 동료를 구하려 달려드는 장면, 꿀벌이 목숨을 잃는 줄 알면서도 침을 쏘는 모습은 '적자생존'이라는 법칙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 이처럼 생존에 불리한 이타적 행동은 다윈 이론이 풀지 못한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이를 설명하려는 시도 중 하나가 바로 '그룹 선택설'이다. 이 이론은 개체가 아닌 집단 단위로 자연선택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개체가 속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 확률이 높아져 결국 진화적으로 우세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20세기 중엽 들어 개체 선택설과 격돌하게 된다. 개체 선택설은 생존 경쟁의 단위는 개체이며, 각각의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 생존을 위해 행동한다고 본다. 진화는 종의 이익이 아닌, 개체가 지닌 유전자의 이익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격론은 이후 도킨스의 이론으로 새 국면을 맞는다.

본문 2『이기적 유전자』: 유전자의 눈으로 진화를 다시 보다

1976년, 동물 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유전자의 시각에서 진화를 설명했다. 그 핵심은 유전자가 바로 진화의 단위라는 주장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생존 기계"일 뿐이라는 관점은 당시 생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도킨스는 원시 수프 속에서 스스로 복제 가능한 분자, 즉 "자기 복제자"가 출현했다고 본다. 이 복제자가 바로 오늘날 유전자의 조상이다. 이 자기 복제자들은 경쟁 과정에서 점차 안정성을 확보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단백질 막으로 둘러싸인 생존 기계를 만들었다. 바로 생명체의 시초다. 그 이후 유전자는 개체라는 생존 기계를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복제하고 확산해왔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는 오직 하나의 목적을 갖는다. 바로 자기 자신을 다음 세대로 복제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보는 모든 행동은 유전자의 자기 복제 전략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사자가 사자를 잡아먹지 않는 이유는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SS)'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가젤은 싸우기보다 도망치는 전략을 택한다. 생물의 행동은 생존 기계로서 유전자의 복제 확률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본문 3 이타성과 문화의 탄생: 인간은 왜 특별한가?

도킨스는 혈연 간의 이타적 행동 또한 유전자의 전략이라고 본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행동은 단순한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존재를 보호하려는 유전자의 계산된 선택이다. 이런 관점은 때로 냉정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정합성이 있다. 자식은 부모 유전자의 50%를 공유하고, 조카는 25%를 공유한다. 따라서 조카보다 자식에게 더 큰 애정을 쏟는 것이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더 이득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고귀한 이타성과 도덕성도 모두 유전자의 계산된 전략일까? 도킨스는 여기서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즉 "밈(meme)"을 이야기한다. 밈은 모방 가능한 문화적 복제자로, 이기적 유전자처럼 퍼지고 전파된다. 우리가 서로를 돕고 선행을 반복하는 것은 단지 유전자의 전략이 아니라 문화적 밈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한 한국 유학생이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다. 그의 행동을 우리는 결코 유전적 본능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순수한 연민과 문화적 영향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도킨스는 말한다. 인간은 유전자의 폭정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우리에게는 모방, 공감, 이성이라는 도구가 있고, 이를 통해 이기적 유전자도 뛰어넘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즉,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 태어났지만, 유전자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다.

결론 이기적 유전자, 그리고 인간다움의 가능성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진화의 문을 열었고, 도킨스는 그 문 안에서 유전자의 정체를 밝혔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물학적 이타성과 인간 행동의 복잡성을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 책이 전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단순히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으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유전자의 틀 안에서 태어났지만, 그 틀을 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서로를 돕고, 공감하며, 문화와 윤리를 창조하는 인간은 유전자의 논리를 넘어선 존재이기도 하다. 결국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밈의 주체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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