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것과 모순된 삶: 『안진진』을 통해 본 행복과 불행의 경계


서론: 사람은 왜 행복보다 불행을 더 오래 기억할까? 


 누군가의 행복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나의 불행은 참을 수 없이 억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감정을 정당화하며 살아가죠. 어느 날 문득, 내 삶의 무게를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불행이라 여긴 적 있지 않으셨나요?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그 낯설지 않은 감정의 실체를 찬찬히 마주하게 합니다. 바로,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모순'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소설입니다.

 


모순



본론 1: 쌍둥이라는 운명, 대비되는 삶의 시작


소설은 '안진진'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시작된 하나의 모순을 따라갑니다. '참진짜장'이라 부를 수도 있을 법한 이름이지만, 그 앞에 붙은 '안'이라는 성은 곧 그 '진짜'를 부정하게 만들지요. 그리고 이 인물의 삶에는 처음부터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이 엇갈려 존재합니다. 그 중심에는 그녀의 어머니와 이모—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있습니다. 이 쌍둥이는 만우절에 태어나, 다시 만우절에 동시에 결혼합니다. 동일한 외모, 똑같은 시작점. 하지만 선택한 배우자에 따라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 명은 술과 폭력에 찌든 무능한 남편과 힘겹게 살아가고, 다른 한 명은 유복한 환경과 안정된 배우자를 곁에 두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후자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외형적 조건만으로 삶의 질을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통념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외적인 풍요가 반드시 내면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 오히려 매끄럽고 계획된 인생이야말로 치명적 공허함을 숨기고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본론 2: 모순의 사랑, 진실의 회피


주인공 안진진은 두 명의 남자를 만납니다. 하나는 반듯하고 계획적인 공무원 나영규, 또 하나는 감성적이고 현실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진작가 김장우입니다. 나영규와 함께할 때는 자신의 현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지만, 정작 위로가 필요한 김장우 앞에서는 자신의 불행을 숨기고 맙니다. 왜일까요? 상처는 상처로 위로받는 법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상처마저 미화하고 감추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녀는 결국 사랑을 선택하지만, 그것은 미화되고 왜곡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랑이었습니다. 진짜 나를 드러내면 상처받을 것이 두려운, 그래서 더 진심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감정. 우리는 때때로 이런 감정의 역설 속에 갇혀 선택을 망설이곤 합니다. 김장우를 향한 사랑은 뜨겁고 순수했지만, 그녀는 결국 결혼 상대로는 안정적인 나영규를 선택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계산적이라기보다, 그녀의 삶 전체를 뒤흔든 '이모의 선택'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본론 3: 평범함이 주는 지루함, 고통이 만드는 생의 밀도


이모는 누구나 부러워할 삶을 살았습니다. 유복한 가정, 잘나가는 남편, 품위 있는 삶. 그러나 그녀는 “너무 평탄해서 오히려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삶의 결핍이 전혀 없는 그 상태는, 역설적으로 생의 의미를 앗아갔던 것입니다. 반면에, 주인공의 엄마는 늘 바빴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장사를 하고, 아이들을 훈육하고, 삶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 바쁜 삶은 어찌 보면 '숨 돌릴 틈조차 없는 전쟁터' 같지만, 그 속에서 인간은 강한 생의 의지를 갖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생생하게 만드는 것은 고통과 결핍일 수 있다는 작가의 통찰이 여기에 담깁니다. 결국 이모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생을 마감합니다. 주인공은 그 죽음을 목도하며, 행복과 불행이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해석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삶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결론: 삶을 살아내는 방식은 결국 해석의 문제다


『안진진』은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철학적 고뇌와 감정의 격랑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해석하며 살아가는지를 탐구하는 깊은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주인공 안진진은 결국, 자신에게 없었던 것을 찾아갑니다. 평온하고 예측 가능한 일상을 선택한 그녀는, 과거에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던 ‘무덤 같은 삶’ 속에서 이제 스스로 그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행복이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발견하고 해석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일란성 쌍생아’입니다. 삶의 표면만 보면 다르지만, 조금만 뒤집어 보면 서로의 거울일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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