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은 영국의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가 쓴 책으로, 디지털 시대에 집중력이 어떻게 침해당하고 있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 구조적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기술 중독, 교육 제도의 문제 등을 과학적 사례와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고발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집중력 위기를 통해 교육자와 부모들이 다시금 주목해야 할 메시지를 전한다.
잠 못 드는 시대의 집중력 위기: 수면과 멀티태스킹
『도둑맞은 집중력』 3장은 수면 부족이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계와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미국인의 약 40%가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수면 부족이 단순한 피곤함을 넘어 과잉행동, 산만함, 충동성으로 표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수면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성인과 달리 조는 대신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이는 ADHD와 유사한 행동 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도 실린다. 이는 단지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생활 리듬이 과도하게 빠르게 설정된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1장에서 지적된 ‘멀티태스킹’은 겉보기에는 유능한 업무 처리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제 뇌 과학 연구 결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낸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면 집중력은 현저히 분산되며, 사고 능력 자체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지만, 그것은 뇌의 생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비효율적 구조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의 집중력은 더욱 취약하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화면으로 읽은 정보는 종이에 비해 기억률과 이해력이 낮았고, 이는 다시금 수업 집중도, 학습 이해도 저하로 연결된다. 교실 안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면에는 잠 부족, 디지털 중독, 가정 내 보호체계의 부재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결합되어 있음을 이 장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기술, 노동, 음식: 집중력을 침식시키는 사회 구조
6장에서 저자는 집중력을 해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감시 자본주의’를 지목한다. 스마트폰, SNS, 각종 앱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중독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알림과 피드에 주의를 빼앗긴다. 테크 기업은 광고 수익을 위해 사용자의 주의를 상품화하며, 결과적으로 인간의 집중력은 매일 ‘도둑맞고’ 있는 셈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런 환경에 더 취약하며, 이는 교육 현장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10장과 11장은 스트레스와 노동 환경이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영국의 한 실험에 따르면 평균 노동자가 실제로 집중하여 일하는 시간은 하루에 약 3시간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도요타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고, 오히려 생산성과 이윤이 모두 증가했다. 이는 주 4일제와 같은 노동 제도의 변화를 통해 집중력과 삶의 질 모두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실험은 인간이 단순히 더 오래 일한다고 해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만든다. 12장은 음식과 집중력의 관계를 다룬다. 현대인의 식단은 가공식품, 인공 첨가물이 주를 이루며, 이는 뇌의 기능과 에너지 대사에 악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 고장이 나는 건 당연하다”고 비유하며, 인간도 부적절한 음식을 섭취하면 집중력에도 악영향이 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성장기 뇌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패스트푸드 중심의 식습관은 단지 건강을 해치는 문제를 넘어서 학습과 집중력에도 장기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이들의 집중력, 교육과 환경의 총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가장 인상적인 장 중 하나는 14장 “어린이들에게는 욕구가 있다”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현재의 교육 체계와 양육 문화가 아동의 집중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아이들은 본래 호기심 많고 활달한 존재이며, 자유롭게 놀고 움직이며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집중력과 자기 조절력을 키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아이들은 집 안에 갇혀 전자 기기를 통해 자극을 받으며 자라나고, 방과 후에도 놀이터가 아닌 학원 차량을 타고 또 다른 학습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온전한 집중력을 기를 수 없다. 교육 제도 역시 성적 중심의 획일적 커리큘럼과 장시간 수업으로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으며, 놀이와 휴식, 신체 활동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아이들의 산만함이나 집중력 저하는 ADHD 진단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이는 다시 약물 처방이나 의료적 개입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저자는 진단 이전에 아이의 환경과 일상을 먼저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부모나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한다. 사회 구조 전반의 변화를 촉구하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환경, 감시 없는 디지털 기기 사용, 실질적인 노동 시간 단축 등의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교육자로서도, 부모로서도, 이 메시지는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집중력 회복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과제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집중력 감퇴를 단순히 개인의 나약함이나 자기 관리 실패로 보지 않는다. 이 책은 사회 구조 자체가 개인의 집중력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습관 개선뿐 아니라 제도와 문화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감시 자본주의와 지나치게 긴 노동 시간, 자극적인 음식과 콘텐츠, 아동에게 놀 시간이 없는 교육 구조 등은 모두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문제들이다.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집중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도난당했다.” 이 책은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곧 인간성과 주체성을 되찾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교육자이자 부모로서도 공감할 지점이 많으며, 특히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