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사이클 리뷰: 미국 재정정책의 위기 지속 불가능한 부채 경로와 그 해결 방안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가 부채를 축적해 왔으며, 현재의 재정정책은 명백히 지속 가능하지 않은 궤도를 향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약 5.7조 달러에 불과하던 국가 부채는 2024년 기준 35조 달러를 초과했으며, CBO의 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50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미국 연간 GDP의 118%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How Countries Go Broke』를 통해 심각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본 글은 그의 분석과 역사적 고찰을 바탕으로, 미국 재정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예견되는 위기, 그리고 대안적 해결책에 대해 면밀히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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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정책이 지속 불가능한 이유

미국의 국가 부채는 그 규모만으로도 경악할 수준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증가 속도와 재정 운용 방식에 있다. 과거 20년 동안 미국은 경기부양과 정치적 인기 정책의 실행을 위해 수익을 초과하는 지출을 일삼아 왔으며, 이러한 만성적 재정 적자가 누적되어 천문학적 부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 같은 지출 구조는 본질적으로 ‘투자’보다는 ‘소비’ 중심의 재정정책이었으며, 그 결과 생산성 향상이나 경제적 자산 창출보다는 단기적 효과에 집중한 정책들이 남발되었다. 레이 달리오는 이를 ‘장기 부채 사이클’의 말기 현상으로 진단한다. 중앙은행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채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돈을 찍어내 정부의 부채를 떠안는 구조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미국은 이미 그 구조에 깊숙이 의존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새로 발행되는 국채의 공급은 GDP 대비 7~12%에 이르고 있지만, 이를 살 만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이자율을 높여야만 국채를 소화할 수 있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기 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반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려 하고 있어, 금리정책과 시장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시장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신뢰를 잃고 있다는 신호이다. 달리오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 신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며,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더 나아가 채무불이행 위기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통화 평가절하와 금리 하락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통화는 자산 대비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단순한 경제위기를 넘어, 미국의 국제적 신뢰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그 한계: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미국의 중앙은행(Fed)은 팬데믹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하여 국채 매입을 확대해왔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자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결국 정부의 과도한 지출을 정당화하고 지속시키는 도구로 전락하였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 부채를 화폐화하는 과정은 '조용한 채무불이행'이라 할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동시에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한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의 실질 가치를 고려할 때 손실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달러의 국제적 위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일부 중앙은행들은 미국 자산의 보유 비중을 낮추기 시작했으며, 금과 같은 실물 자산으로 분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중앙은행의 개입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자산 건전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영국 중앙은행은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는 사태를 겪었고, 이는 정부가 중앙은행을 재자본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으며,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재정정책의 도구로 전락할 경우, 경제정책 전반의 신뢰성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달리오는 이 같은 현상을 ‘부채의 만성적 화폐화’로 정의하며, 이는 국가 경제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심장 질환’과도 같다고 말한다. 미국은 지금처럼 적자를 감당하기 위한 통화정책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재정 개혁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해결의 열쇠: ‘아름다운 디레버리징’을 위한 세 가지 전략


레이 달리오는 『How Countries Go Broke』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3%의 해법’이다. 이는 연방정부의 예산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재정정책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는 이를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지출 삭감, 세수 증대, 그리고 이자 비용 관리. 첫째, 지출 삭감은 정부의 방만한 지출 구조를 타이트하게 조정하는 작업으로, 정치적 저항이 크지만 필수적이다. 특히 중복되는 복지 프로그램이나 군사비 지출, 그리고 각종 보조금 제도는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다. 단, 이러한 삭감은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둘째, 세수 증대는 단순히 세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세제 개혁을 통해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 실질 세입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혜택 축소,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 방지, 탄소세와 같은 새로운 조세 기반 확대 등이 그 방법이다. 셋째, 이자 비용 관리는 금리 정책과 긴밀히 연계되어야 하며, 이는 중앙은행과의 정책 공조 없이는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정부의 부채 이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재정지출을 통제하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달리오는 이러한 세 가지 전략이 조화롭게 시행될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아름다운 디레버리징(Beautiful Deleveraging)’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긴축이나 경기부양이 아닌, 두 가지 요소의 균형적 조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질서 있는 해소’의 과정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미국의 재정정책이 현재와 같은 경로를 계속해서 걷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채무불이행 혹은 극심한 화폐가치 하락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강제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 전반에 걸친 충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달러화의 국제적 신뢰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출 조정, 세수 확보, 이자비용 축소라는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한 정책 조합이 단기간의 고통을 수반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임은 분명하다. 역사적으로도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나라들은 결국 경제적 주권을 상실하거나 급격한 사회 불안을 겪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이 위기를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경제학자나 정치인의 몫이 아니라, 모든 시민과 유권자의 의식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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