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삶의 빛,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무심코 잊고 있던 ‘보통의 삶’에 대한 재발견을 촉구하는 철학적 성찰의 기록이다. 우리는 대부분 타인의 성취에 비추어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실패자라는 낙인을 스스로에게 찍는다. 이 책은 그러한 심리의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나태하거나 무기력한 태도가 아님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오히려 평범함이야말로 삶의 본질과 마주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일 수 있으며,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숙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버지니아 울프, 스피노자, 베르나르트까지 다양한 사상가와 작가의 통찰이 어우러진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평범’에 대한 고정관념을 의심하게 만들고, 잃어버린 자존의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깊고 조용한 안내서가 되어준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한, ‘그만하면 괜찮은 삶’의 철학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에 노출된다. 학창 시절의 성적부터 사회에서의 직위, 성과, 재산, 외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상대적인 척도로 평가되고 그에 맞춰 사람은 분류된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랑스의 학제처럼 ‘우수’, ‘양호’, ‘보통’으로 나누어진 평가 속에서 '양호'는 곧 '그저 그런'으로 변질되고, 결국 '실패의 전조'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현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얼마나 '평범함'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책은 이러한 인식이 어떻게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되며, 왜 우리가 자신의 삶에 쉽게 실망하고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는지를 철학적으로 해부한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평가받고자 하는 마음은 결국 자신을 끊임없이 과소평가하고, 남이 그려놓은 성공의 틀 안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려는 강박으로 이어진다. 이때 평범함은 나태함이나 무능함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용기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황금의 중용' 개념이 중심축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나친 극단을 경계하고, 절제와 균형 속에서 도덕적 미덕이 발현된다고 보았다. 이것이야말로 ‘평범한 삶’이 지닌 핵심 가치다. 무엇 하나 지나치지 않은 삶, 자신만의 호흡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 사회가 요구하는 ‘빅픽처’에서 잠시 물러나 자신만의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태도야말로 가장 강인한 자아의 형태다. 이 책은 이를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제안한다.


‘될 수 있었던 나’와 화해하는 법


이 책이 특별한 점은 '비교의 감옥'에 갇힌 이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를 문학과 철학, 심리학의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는 특히 주목할 만한 예시로 등장한다. 화자와 친구는 피아니스트로서 세계적인 천재 글렌 굴드를 만나고 난 후, 자신의 재능에 대한 회의에 빠져 결국 피아노를 포기한다. 그들은 완벽함이 아니면 무의미하다고 여겼고, ‘1등이 아니면 패배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그러나 책은 이런 사례를 통해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될 수 있었던 나’라는 환영에 집착하는 우리의 심리를 해부한다. 타인의 성공을 보며 '내가 저 정도는 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은 쉽게 자괴감으로 전이된다. 이 때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의 비판이 아니라 ‘과거의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채근하는 또 다른 자아다. 에덤 필립스가 『놓쳐버린 삶의 서문』에서 지적했듯, 인간은 종종 자신이 살지 않은 삶에 더 깊은 애착을 가진다. 그 삶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은 지금의 삶을 희석시키고, 진정한 만족을 방해한다. 이 책은 그런 맥락에서 ‘자기 삶의 유일성’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타인의 궤적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에서 삶을 재구성하는 일. 그것이 평범하더라도, 아니 평범하기에 더 깊고 풍요로울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라고 독자에게 조용히 권유한다. 이러한 제안은 자칫 위로로 들릴 수 있으나, 문장 곳곳에 배인 철학적 근거와 실제 사례를 통해 그것이 ‘실천 가능한 진리’임을 입증한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그래서 단순히 위로의 언어가 아니라, 삶을 다시 구성할 수 있는 이정표다.


드러나지 않아 더 찬란한 삶의 방식


현대인은 끊임없이 ‘보여지는 삶’을 살아간다. SNS에 업로드된 누군가의 성공, 화려한 커리어, 완벽한 가정은 나의 결핍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그런 ‘보이는 삶’의 이면에 있는 ‘드러나지 않은 삶’의 가치를 탐구한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가장 찬란한 것일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 등장하는 상점 주인의 일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무 목적도 없이 그저 책을 읽고, 개나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일상. 이 평범한 모습은 한편으로는 무력하게 보일 수 있지만, 릴케는 그것이야말로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라고 본다. 어떤 성취를 증명하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는 경지, 그것이 바로 평범함이 지닌 위대한 힘이다. 더 나아가 스피노자의 철학은 이러한 일상을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그는 우리가 변화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적 존재’임을 강조했다. 즉,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을 때, 그들은 더 이상 ‘그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결국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탁월함은 ‘특출남’이 아니라 ‘지속적 실천’ 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이 책은 평범함의 미학을 말하면서도, 실은 그 속에 숨겨진 탁월함을 가장 강하게 조명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갈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사적인 격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뿌리내린 열등감과 자격지심, 비교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철학적 에세이’다. 타인의 삶과의 비교를 멈추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인한 실천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설득한다. 이 책은 “그만하면 괜찮아”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것은 실패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인정이자 찬사다. 모든 삶이 눈부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성실하게, 조용히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야말로 세상의 온기가 깃든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그런 삶이야말로 ‘찬란하다’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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