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 작가의 『스파클』은 화려한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반전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상처와 고립을 통과하며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작가는 정제된 문장과 절제된 감정 표현을 통해 십 대의 불안정한 내면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인물들 각각의 입체성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이 작품이 단순한 청소년소설의 범주를 넘어서는 깊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스파클』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을 감정의 파편들을 정성껏 주워 모은 기록이며,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존재의 반짝임’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관계의 파열음, 그리고 그 너머의 이해
『스파클』의 중심에는 세 인물, 미나, 이윤, 서주가 있다. 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그들의 내면은 서로 다르게 요동친다. 최현진 작가는 이 세 인물 각각의 시점으로 서사를 구성하며 독자가 사건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독자는 처음에는 미나의 눈을 통해 서주와 이윤을 바라보지만, 곧 서주의 고백과 이윤의 침묵 속에서 각 인물의 세계가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 점에서 『스파클』은 관계의 파열음과 그 복원을 다루는 데 탁월한 소설이다. 작품의 중심 서사는 미나가 겪는 배신과 혼란을 따라가며 전개된다. 서주는 미나에게는 소중한 친구였지만, 동시에 이윤에게 감정을 품은 인물이다. 이윤은 말이 없지만 누구보다 강한 감정을 품고 있고, 미나는 그런 이윤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 세 사람의 감정선은 얽히고설켜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서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보여준다. 서로에게 진심이지만, 그 진심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아이러니. 이 소설은 그 지점을 결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직면한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작가가 상처의 원인을 특정 인물에게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인물은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선이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려 한다. 이것이야말로 『스파클』이 단순히 청소년의 연애 감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복잡성과 감정의 윤리를 다루는 문학적 깊이를 지닌 작품이라는 증거이다.
성장의 본질은 무너지지 않음이 아니라 다시 일어섬에 있다
『스파클』은 흔히 말하는 성장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흔한 성장 서사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성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기보다, 부서지고 상처 입은 채로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버팀의 시간이다. 최현진 작가는 성장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그것을 독자의 감정 속에 정착시킨다. 작품 속에서 미나는 스스로를 ‘무능하고, 존재감 없는 사람’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녀는 서서히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윤 또한 말없이 견디는 인물이지만, 끝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마주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서주는 불안과 분노의 감정을 지나치게 강하게 표현하지만, 결국 자신이 놓치고 있던 진심과 타인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모두 작고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된다. 그 어떤 거창한 사건도 없이, 그저 일상 속의 작은 충돌, 오해, 대화 속에서 인물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장이라는 점에서, 『스파클』은 매우 사실적이며 동시에 섬세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반짝이는 순간들’로 포착하며, 독자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언제나 사소한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달한다. 또한 최현진 작가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외부의 사건에 기대기보다는 인물 내면의 감정선에 집중하여,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들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도록 유도한다. 이는 독자가 소설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지점에서 『스파클』은 문학적 감응력과 서사적 밀도를 동시에 확보한 성숙한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반짝이는 순간들, 그리고 문장의 온도
『스파클』이라는 제목은 ‘반짝임’을 의미하지만, 그 반짝임은 결코 화려하거나 눈부시지 않다. 오히려 소설은 은은하고, 어둡고, 때로는 탁한 빛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찰나의 시선, 아무 말 없이 내민 손, 혹은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삶의 진짜 빛은 소리 없는 반짝임 속에 있다는 진리를 조용히 전한다. 문체 또한 이 반짝임을 정교하게 지지한다. 최현진 작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감정의 잔향이 깊게 남는다. 감정을 과잉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큰 여운을 남기며, 인물들의 불안, 고립, 외로움, 그리고 희미한 희망까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특히 각 장면의 마무리는 문장의 호흡으로 정리되며, 독자에게 다시 한번 감정의 파동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이 소설은 비주류 인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흔히 문학작품에서 주변화되는 인물들이 『스파클』에서는 중심의 위치를 점하며, 그들의 존재감과 고유한 삶의 무게가 그대로 존중된다. 이는 단순한 소수자 서사를 넘어, 모든 인간 존재가 각자의 고유한 빛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문학적 태도이다. 작품 후반부에서 세 인물이 각자의 선택으로 서로를 떠나거나 다시 연결되는 장면들은 감정의 절정을 향해 흐르지만, 여전히 과잉 없이 담담하다. 그것이 오히려 더 강한 울림을 남긴다. 작가는 ‘반짝임’이란 결국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점을 말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그 살아감의 온도와 흔들림을 문장으로 옮기는 데에 성공한 소설이다.
『스파클』을 읽는다는 것, 나를 다시 바라보는 일
『스파클』은 단순히 청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복잡성과 상처의 불가피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대단한 사건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깊이 흔들며, 우리 모두가 경험해본 감정의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꿰어낸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성장’이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식하고 그 상태로 하루를 버텨내는 힘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반짝임’이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그저 인간답게 살아내는 것 그 자체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스파클』은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해 내는 작품이며, 그 안에는 독자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스파클』을 읽고 난 후,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문학이 가진 본질적인 힘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최현진 작가의 이 작품은 그런 문학적 연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이며,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